길 위의 균형, 지프 그랜드 체로키 L과 양평[드래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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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타보고 싶은 차와 누구나 가보고 싶은 여행지.

둘의 만남을 하나씩 기록하고자 합니다. ‘드래블'(Dravel)입니다.

‘드라이브'(Drive)와 ‘트래블'(Travel)을 합한 시리즈 이름처럼 주목받는 차와 함께하는 특별한 여정을 생생하게 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김정환 관광전문 기자 = ‘

미국에서 ‘지프’(Jeep) 플래그십 SUV ‘그랜드 체로키’(Grand Cherokee)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이 공개됐고, 국내에는 올해 하반기 출시가 예정돼 있다는 소식을 최근 접했다.

문득 그랜드 체로키 L과 함께 경기 양평군을 누볐던 지난해 여름 어느 주말이 떠올랐다.

새벽 5시 광화문을 출발했다. 양평까지의 거리는 47㎞. 가깝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먼 길은 아니다.

그 대신 그 길은 복합적이다.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마을 도로가 차례로 이어지고, 매끈한 아스팔트부터 공사 흔적이 남은 콘크리트, 짧기는 해도 비포장 구간까지 섞여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단순히 빠르거나 힘센 차보다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아주는 차가 어울린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L이 그런 성격에 가까웠다.

차가 거의 없는 시간대였다. 강변북로를 빠르게 달려 서울양양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 속도가 올라가도 스티어링은 가볍게 흔들리지 않았다. 차로를 바꿀 때도 중심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묵직한 차체가 노면을 차분하게 눌렀다.

차의 심장은 3.6ℓ V6 24밸브 VVT 가솔린 엔진이다. 최고 출력 286마력(6400rpm), 최대 토크 35.1㎏·m(4000rpm)을 발휘한다. 자연흡기 V6는 저회전에서 거칠게 튀어나가기보다 회전수가 오를수록 힘을 고르게 쌓아 올리는 성향이다.

그래서였을까. 속도는 의도한 만큼 부드럽게 올라갔고, 가속은 직선적으로 이어졌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다. 항속 구간에서는 회전수를 낮게 유지해 정숙성을 확보하지만, 추월 가속이 필요할 때는 단수를 재빨리 조정해 힘을 실었다. 회전을 불필요하게 끌어올리지 않으면서도 속도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렸다.

전장은 5220㎜, 휠베이스는 3090㎜, 차폭은 1985㎜에 달한다. ‘숫자’만 보면 부담스럽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오히려 안정감으로 이어졌다. 긴 휠베이스는 고속에서 차체를 앞뒤로 단단히 붙들었다. 넓은 차폭은 좌우 균형을 잡아줬다. 완만한 고속 코너에서도 차체는 쉽게 기울지 않았다. 크기는 부담되기보다 오히려 낮은 무게중심을 느끼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0.1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는 수평으로 나란히 배치돼 시선 이동을 최소화했다. 물리 버튼과 화면 터치가 명확히 구분되고, 메뉴도 단순해 조작이 간편했다.

◇두 강이 만나는 자리

첫 목적지는 양서면 양수로 ‘두물머리’였다.

북한 금강산에서 출발한 북한강과 강원 금대봉 기슭 검룡소에서 나온 남한강이 만나 한강을 이루는 지점이다. 과거에는 ‘양수리’(兩首里)로 불렸지만, 지금은 순우리말 지명으로 통한다.

두물머리는 사시사철, 하루 종일 안 아름다운 때가 없는 곳이다. ‘한강 제1경’이 왜 ‘두물경’이겠는가.

그러나 두물머리는 주말이면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른 아침에 찾아야 그나마 한적하다. 게다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장면은 이때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유서 깊은 황포돛배와 수령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도 분위기를 더한다.

이 풍광은 이건필(1680~1748)의 ‘두강승유도’, 겸재 정선(1676~1759)의 ‘독백탄’ 등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에도 담겼다.

이른 아침이었으나 두물머리에 가까워질수록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런 구간에서 필요한 것은 세밀한 조절이다.

전동식 스티어링 휠은 대형 SUV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했다. 저속에서도 부드럽게 돌아가면서 폭이 넉넉하지 않은 도로에서도 조향 부담을 줄였다.

브레이크 역시 높은 유지되던 속도를 급작스럽게 꺾기보다 부드럽게 낮춰갔다. 보행자가 많은 구간에서는 이런 제동 감각이 오히려 안정적으로 느껴졌다.

110여 가지 주행 안전·편의 사양도 든든했다.

차로 변경 시 사각지대 모니터링 센서가 인접 차량을 감지해 경고하는 ‘액티브 레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비롯해 ‘보행자·자전거 감지 긴급 제동 시스템’ ‘뒷좌석 모니터링 카메라’ ‘360도 서라운드 뷰 카메라’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나이트 비전 시스템’, ‘교차로 충돌 방지 보조’ ‘운전자 졸음 감지 기능’ 등을 갖췄다.

‘오토 디밍 디지털 디스플레이 룸미러’도 눈에 띈다. 승객이나 짐 때문에 후방 시야가 가려져도 내장 LCD 모니터를 통해 또렷한 후방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물과 정원이 이어진 공간

두물머리에서 양서면 양수로 ‘세미원’으로 이동했다. 두 곳은 팔당호를 경계로 마주보고 있다. 조선 후기 다산 정약용(1762~1836)이 고안해 현재에 이르는 ‘배다리’를 이용해 오가도 된다.

1.6㎞ 구간을 차로 이동했다. 왕복 2차로의 지방도인데 일부 구간은 노면 상태가 고르지 않았다. 과속 방지 턱도 반복됐다.

이 차에는 앞뒤 모두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각 바퀴의 움직임을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구조다.

덕분에 노면이 고르지 않은 구간에서도 충격이 즉각 차체로 튀어 오르지 않고 한 번 걸러졌다. 요철을 넘은 뒤 차체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롱 보디(L) 모델이지만 출렁임이 크지 않았다. 노면 변화가 잦은 도로에서 이런 하체의 움직임은 안정감으로 이어졌다.

세미원은 전통적인 양식의 정원에 약 270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연, 수련 등 수생식물이 중심을 이뤄 ‘물과 꽃의 정원’을 표방한다. 여름에는 연꽃이 만개해 특히 장관을 이루지만, 다른 계절에도 자연 속에서 여유를 찾기 좋은 공간으로 사랑받는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팔당호와 어우러진 수변 풍경을 만난다.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세한도’를 재현한 ‘세한정’과 ‘장독대 분수’ ‘연꽃박물관’ ‘수련온실’ ‘석창원’ ‘상춘원’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이들을 모두 둘러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세미원을 둘러보고 나오니 햇빛 아래에서 차가 빛났다.

전면에서는 지프를 상징하는 세븐 슬롯 그릴이 좌우로 넓게 펼쳐지며 얇게 다듬은 수평형 LED 헤드램프와 어우러져 강인하면서도 우아한 인상을 만들었다. 보닛 끝단이 그릴 상단을 살짝 덮는 샤크 노즈도 돋보였다.

측면에서는 롱 보디 모델답게 긴 휠베이스가 균형을 이뤘다. 길게 뻗은 차체는 플래그십 SUV다운 차분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프 고유의 사다리꼴 휠 아치는 전체 실루엣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숲의 결을 따라 걷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서종면 거북바위1길 ‘서후리숲’이었다.

경사로에서도 그랜드 체로키 L의 엔진은 힘을 꾸준히 이어갔다. 상시 AWD(All-Wheel Drive) 기반의 구동 시스템이 노면을 단단히 붙들어 주는 듯해서 든든했다.

무엇보다 쿼드라-리프트 에어 서스펜션(Quadra-Lift Air Suspension)이 인상적이었다.

고속 주행 시 차체를 자동으로 낮춰 안정성을 높이고, 오프로드 모드에서는 이를 높여 험로 주행 능력을 강화한다. 그뿐만 아니다. 운전자가 지상고를 직접 설정할 수 있다.

덕분에 꼭 오프로드가 아니더라도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지상고를 높여 여유를 확보하고, 차를 세운 뒤에는 다시 낮춰 승하차를 편하게 했다. 쿼드라-리프트의 실용성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서후리숲은 2014년 개장한 약 10만 평 규모 수목원이다. ‘자연 그대로의 숲’을 지향하는 곳답게 인위적인 손길을 최소화한 조경이 특징이다. 신비로운 ‘자작나무숲’을 필두로 ‘잣나무숲’ ‘비밀의 숲’ ‘단풍나무숲’ ‘메타세쿼이아숲’ ‘은행나무숲’ ‘층층나무숲’ ‘철쭉나무 전망대’ 등 수종에 따라 나뉜다.

이 숲은 드라마, 화보, 뮤직비디오, CF 등 촬영 장소로 활용됐다. 특히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알려져 국내외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숲에는 BTS의 자취가 사진, 등신대 등을 통해 전해진다.

숲속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밖으로 나오니 여름 한낮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팔레르모 가죽을 적용한 총 3열 중 1열과 2열에는 열선은 물론 통풍 기능까지 탑재됐다. 차에 타서 버튼을 누르자 통풍 시트가 강력한 에어컨과 손잡고 더위를 빠르게 식혔다.

1열 운전석과 동반자석은 12방향 파워 조절 및 마사지 기능도 갖췄다. 장거리 주행을 할 때 최적의 자세를 잡는 데는 물론 피로를 덜어내기에도 제격이었다.

3열에는 별도의 편의 기능은 없지만, 50:50 파워 폴딩이 가능하다. 기본 487ℓ인 적재 공간은 3열을 접으면 1328ℓ까지 늘어난다.

◇추억이 머무는 곳

마지막 목적지는 서종면 소나기마을길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이었다.

황순원(1915~2000) 작가의 삶과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양평군과 그가 봉직한 경희대가 함께 조성한 문학 테마파크다.

시 104편, 소설 112편(단편 104편·중편 1편·장편 7편) 등 황 작가 작품 가운데 단편 ‘소나기’(1953)를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대한민국에서 소년·소녀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한 번쯤 접했을 ‘국민 소설이다. ‘징검다리’ ‘수숫단 오솔길’ ‘송아지 들판’ ‘들꽃마을’ 등을 실제 풍경처럼 재현했다.

콘텐츠 체험관 ‘디지털 소나기 산책’도 마련됐다. 국내 문학관 최초로 실감형 콘텐츠를 도입해 관람객이 소설 속 주인공이 돼 이야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몰입형 공간이다.

그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황순원문학관’도 있다.

아련한 기억을 곱씹으며 서울로 돌아오는 길, 음악을 틀었다. 스피커 19개로 구성된 ‘매킨토시’(McIntosh)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에서 흘러나온 선율이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가득 채웠다.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높여도 음의 균형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서울에서 출발해 양평(楊平)의 강과 정원, 숲과 마을을 이은 여정을 돌아보니 그날 도로 위에서 느꼈던 ‘균형’이 떠올랐다. 버드나무(楊)처럼 유연하고, 평(平)탄한 땅처럼 흔들림 없던 주행 감각이었다.

그 감각은 30여 년간 이어진 ‘진화’의 결과일 것이다. 700만 대가 넘는 전 세계 누적 판매량과 미국 시사 전문지 ‘뉴스위크’(Newsweek)가 선정한 ‘최고의 패밀리 SUV’, 자동차 평가 전문기관 ‘워즈오토’(WardsAuto)의 ‘베스트 10 인테리어’ 등 700여 개의 수상 이력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한 번의 진화를 올해 한국에서 접한다면 어디로 떠나볼까.
◎공감언론 뉴시스 ace@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222_000352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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