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한국교회가 지나온 140년 역사를 되짚어보고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본질 회복을 다짐했다.
초교파 기독교 단체 ‘나부터포럼’이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서울클럽에서 ‘한국인 그 뿌리를 찾아 내일의 한국을 그리다’를 주제로 제6차 나부터포럼을 개최했다.
‘나부터포럼’ 대표인 류영모 목사는 강의 전 인사말에서 한국교회의 미래를 찾는 출발점으로 초기 선교의 정신을 꼽았다.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사람을 돌봤던 선교사들의 헌신을 돌아보며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류 목사는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던 때 한국교회가 가야 할 길을 고민했다”며 “나부터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른 사람의 변화를 요구하기에 앞서 자신부터 돌아보자는 운동은 이후 포럼으로 이어졌다.

류 목사는 한교총 대표회장 취임식을 양화진에서 열었던 일도 같은 고민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를 위해 헌신한 선교사들의 삶에서 오늘의 교회가 붙들어야 할 가치를 찾으려 했다는 취지다.
그는 “1885년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제물포에 내려왔던 그 정신, 그 열정, 그 마음으로 돌아가자”며 “우리 한국을 한국인보다 더 사랑했던 선교사님들의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했다.
류 목사는 이번 포럼 기획 계기로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장의 ‘한국 사람 만들기’를 읽으며 받은 감동을 들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한국과 한국인이 형성되는 과정을 접하며 교회뿐 아니라 사회와 정치·경제·외교 등 여러 영역의 진로를 생각하게 됐다”며 “이후 함 원장과 소통하며 이번 포럼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40년 전 그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몸부림이 있었다”며 초기 선교 정신의 회복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주제강의를 맡은 함 원장은 ‘기독교, 한국, 한국인’을 주제로 개신교의 전래와 근대적 시민·국민 의식의 형성 과정을 살폈다.
함 원장은 1884년 갑신정변 당시 알렌 선교사가 민영익을 살려낸 일화를 시작으로, 광혜원 설립과 배재·이화학당 등 근대 교육·의료 시설이 조선 사회에 미친 파급력을 설명했다.
특히 사대부가 독점하던 한문을 넘어 훈민정음(한글)을 성경 번역과 교육의 도구로 삼은 ‘문체혁명’이 평민과 여성에게 글을 깨치게 하고 만민평등사상을 심어주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러한 개신교 정신이 신분제 철폐와 자주독립, 나아가 근대 시민사회 형성의 초석이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교회의 역사적 역할을 돌아보는 논의는 현재의 교회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 이날 1부 포럼에서 발표된 선언문에도 과거의 공헌을 오늘의 교회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성찰이 담겼다.
선언문은 “역사적 공헌이 오늘의 잘못을 면제해 주지 않으며, 선배들의 헌신은 우리가 이어가야 할 책임”이라며 “교회가 신뢰를 잃은 자리에서 다시 신뢰를 얻는 길은 권력이 아니라 섬김”이라고 밝혔다.
실천 방향으로는 ▲복음의 본질 회복 ▲초기 선교 정신 계승 ▲공적 교회의 책임 다짐 ▲정치의 양심적 역할 촉구 ▲사회적 담 철폐와 이웃 사랑 ▲사람 중심의 존엄성 수호 ▲교회의 선제적 삶과 실천 등 7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정치와의 관계에서는 특정 정치권력의 도구가 되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불의와 고통 앞에서 침묵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생명공학, 기후위기와 저출생, 양극화와 고독도 교회가 응답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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