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서 “한국사, 괴담으로 풀었지만…기록 뒤 숨은 사람들 이야기” [문화人터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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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누적 조회수 55만 회를 기록한 플랫폼 연재 소설이 첫 단행본으로 나오자마자 2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2001년생 신인 작가 최인서가 한국사와 괴담을 결합한 ‘한국사 이상현상 연구원'(다이브)으로 일으킨 돌풍이다.

괴담의 인기가 뜨겁지만, 최인서가 괴담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공포 자체가 아니다.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역사의 기록 뒤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출간 직후 1위…”꿈인가 생시인가 싶다”

최인서는 필명 ‘현’으로 플랫폼 ‘포스타입’에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한국사 이상현상 연구원’을 연재했다. 연재 당시 누적 조회수 55만 회를 기록했고, X(옛 트위터)의 관련 게시물은 100만 조회수를 넘기며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탔다.

독자들의 관심은 단행본 출간으로 이어졌다. 단행본 제작을 위한 교보문고 펀딩에서는 역대 최고액인 1억9000만원을 돌파했고, 지난달 출간된 책은 2주 연속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첫 책으로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최인서는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며 “상상할 수 없던 호응을 단기간에 얻어 감사하고, 조금은 겁이 난다”고 말했다.

“책을 받아본 기존 독자와 새 독자분들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는 반응을 보내주셨어요. 그 덕분에 비로소 기쁘고 감사한 마음을 즐길 수 있게 됐죠.”

최인서는 오래전부터 소설가를 꿈꿨다. 어린 시절부터 역사와 문학을 좋아했고 학창 시절에도 꾸준히 습작을 썼다. 사학과에 진학한 뒤에는 신입생 때부터 그동안 쓴 작품을 신춘문예에 내고 출판사에 투고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어릴 때 우연히 아동용 역사 도서를 읽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가 역사에 다 있더라고요.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이 제 눈앞에 나타난 것 같았어요.(웃음) 그 이후부터 쭉 좋아하게 됐죠.”

정작 작가의 길을 열어준 것은 온라인 독자들이었다. 스스로를 ‘역덕'(역사+덕후)이라고 부를 만큼 역사를 좋아했던 그는 ‘규칙괴담’도 즐겨 읽었다. 대학 3학년 때 온라인에서 이 장르가 유행하자 자신이 좋아하는 역사와 결합한 작품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좋아서 시작한 작품이 독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고 결국 첫 책까지 베스트셀러가 됐다. 출판계보다 독자가 먼저 알아본 셈이다.

최인서는 “민망하기도 하고 정말 당황스럽다”며 “이런 방식으로 작가로 데뷔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한 적이 없었다”고 웃었다.

◆사학과 ‘역덕’, 한국사에 규칙괴담을 입히다

‘한국사 이상현상 연구원’은 궁궐과 고분, 사찰 등 유적지에서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는 설정에서 출발하는 미스터리 역사 소설이다. 정해진 규칙과 행동 지침을 제시하고, 이를 어겼을때 끔찍한 일을 겪게 되는 이른바 ‘나폴리탄 괴담’과 한국사를 결합했다.

작품에서는 유적지에서 잇따라 실종 사건이 벌어지고, 이상현상을 조사·연구하는 국가 비밀기관 ‘한국사 이상현상 연구원’이 사건에 뛰어든다. 연구원들은 축적된 문서를 바탕으로 단서를 좇으며 이상현상의 실체를 추적한다.

책의 형식도 이러한 설정을 따른다. 일반적인 소설의 서술 방식 대신 보고서와 녹취록, 지침서 등 다양한 문서 형식을 활용해 독자가 연구원의 일원이 돼 비밀문서를 열람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유적지에서 이상현상이 벌어진다는 발상은 익숙한 역사적 공간에 남아 있는 비극에서 시작됐다.

최인서는 “창경궁 문정전처럼 우리가 사진을 찍고, 익숙한 고궁이 사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임오화변이 발생한 장소”라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역사적 공간의 참혹함을 떠올리며 괴담의 배경으로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규칙괴담의 문법에 자신의 구상을 입히는 데는 단 3시간이 걸렸다. 반면 실제 역사를 작품에 끌어오는 작업에는 훨씬 많은 시간을 들였다. 역사적 사실을 잘못 전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관련 서적과 논문 등을 찾아 읽었다.

작품 속 이상현상의 존재들도 실제 역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무신정변 이후 폐위된 고려 의종의 죽음과 백제 성왕의 최후에 허구를 더했고, 병자호란 당시 환향녀와 경신대기근 등 역사적 비극도 이상현상의 배경으로 삼았다.

◆”비극을 괴담으로 소비해도 될까”

역사의 비극을 괴담으로 옮기는 작업은 최인서에게 또 다른 고민을 안겼다. 특히 작품이 입소문을 타고 많은 독자가 읽기 시작하면서 역사 속 희생을 공포의 소재로 소비하는 것은 아닌지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최인서는 “역사 속 비극적 희생자들을 단지 공포의 소재나 괴물로 다뤄도 되는가 하는 죄책감에 연재 중단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고민 끝에 찾은 답은 이들을 단순한 ‘괴물’로 그리지 않는 것이었다. 이상현상의 존재가 된 이들이 생전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 비극과 한(恨)을 이야기 안에 함께 담으려 했다.

그에게 역사는 연도와 사건의 집합이 아니라 그 시간을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교과서 속에는 ‘몇 년도에 전쟁이 터졌고 기근이 들었다’고 건조하게 서술돼 있지만, 그 너머에는 우리와 똑같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사람이 있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어요. 기록 뒤에 숨은 개개인의 사연과 삶을 한 번쯤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최인서는 올해 초부터 학원에서 중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첫 책이 예상하지 못했던 성공을 거뒀지만 당장 다음 작품을 서두르지는 않을 생각이다.

“저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글을 쓰는데, 이 책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다했어요.”

그렇다고 작품 활동을 멈추겠다는 뜻은 아니다. 역사의 기록이 미처 담지 못한 사람들의 삶은 앞으로도 그가 쓰고 싶은 이야기다.

“역사를 배경으로 해서 기록의 행간에 숨겨진 인간의 삶과 비극을 사랑으로 이겨내는 이야기들은 앞으로도 계속 쓰고 싶습니다. 작품 활동은 계속해서 이어갈 거예요.(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904_000377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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