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피아니스트 이소연(47)이 연주자이자 해설자, 공연 기획자로 무대에 올랐다.
자신의 첫 국내 리사이틀을 위해 직접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프로그램북을 집필했다. 피아노 앞에서는 견고한 타건(打鍵)으로 작곡가의 내면을 파고들었고, 곡 사이에는 직접 해석을 곁들여 자신의 음악세계를 풀어냇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에서 ‘줄리아드 교수 이소연 피아노 리사이틀’이 열렸다. 올해 9회차를 맞은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마지막 공연이다.
9세 때 미국으로 이주한 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한 이소연은 2022년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줄리아드 음대 피아노과 교수에 임용돼 화제가 됐다. 가수 겸 변호사인 이소은의 언니로도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이소연은 이날 고국에서의 첫 리사이틀에서 드뷔시와 슈만, 프로코피예프, 라벨 등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온 작곡가들의 작품을 한 무대에 올렸다. 시대도 음악적 언어도 다른 작품들을 ‘삶’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연결했다.

이소연은 공연 전 인터뷰에서 “작품마다 우리 내면 세계의 깊이를 전달하는 독특한 특성과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무대에서는 이 의도를 정확하게 그려냈다.
곡을 연주하는데 그치지 않고 작품에 담긴 의미와 배경을 직접 설명하며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곡 사이사이 해설이 이어질때면 연주자 이소연과 줄리아드 교수 이소연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1부의 백미는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였다. 격정적인 대목에서는 단단한 타건으로 감정을 밀어붙이면서도 서정적인 부분에서는 힘을 덜어내는 극적인 대비를 통해 비름다운 순간에도 고통이 찾아오고, 그 고통을 다시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삶의 모습을 표현했다.
자신의 삶과 맞닿은 작품도 선보였다. 줄리아드 음대 동창인 작곡가 프레스트니가 그에게 헌정한 ‘어머니 달의 노래’를 통해 예술가면서 한 아이의 어머니로 살아가는 자신의 인생 두 축을 음악으로 보여줬다.

2부 후반에는 ‘춤곡’으로 장식했다.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라벨의 ‘라 발스’를 차례로 연주하며 사랑과 이별, 그리고 혼란스러운 시대를 음악으로 그렸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격정적인 사랑의 감정과 이별을 앞둔 연인의 현실을 강한 에너지로 밀어붙이는 한편, 라벨의 ‘라 발스’에서는 왈츠 특유의 리듬과 색채를 살렸다.
이날 객석에는 동생 이소은이 아버지와 함께 자리했다. 이소은은 언니의 연주에 몰입하면서도 곡이 끝나면 누구보다 먼저 기립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1호 팬’다운 응원을 보냈다.
앞서 이소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언니의 국내 첫 리사이틀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이소은은 공연이 끝난 뒤 뉴시스에 “언니와 교감하면서 꿈을 갖고 키웠을 때부터 지켜봤는데, 공연에 언니의 삶이 녹아있는 것 같아 감동적으로 다가왔다”며 “그동안 노력의 결실을 맺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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