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김경인의 시집 ‘짙고 푸른 별무늬 커튼’이 창비에서 출간됐다.
2001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유려하고 아름다운 비유로 정평이 난 김경인 시인의 신작이다.
시인은 고통과 슬픔이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과 부조리한 삶의 풍경을 잠과 꿈의 이미지를 통해 담담하게 바라본다.
그 속에서 타인의 슬픔을 응시하는 한편, ‘나’와 타자의 부딪치는 관계 속에서 각자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굴곡진 삶의 흔적과 깨진 상처를 품어 안으며 흩어진 ‘나’들을 ‘우리’로 응집하는 정밀한 시편들이 고통과 슬픔, 불안의 시대를 통과하는 우리 모두에게 고요한 평온을 선사한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친구인 걸까/ 물음표처럼 자꾸 구부러지는 몸을 펴고/ 의자에서 일어나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밖에는 내가 서 있어/ 나는 드디어 친구처럼/ 나를 활짝 끌어안았다” (‘친구의 집’ 중)
“무엇이 축복이지?/ 부서진 다음에도/ 부서질 것이 그만큼/ 남아 있다는 것” (‘질문들’ 중)
특히 이번 시집은 개인의 내면을 넘어 사회적 비극과 소외된 이웃으로 시선을 넓힌다. 시인은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참혹한 현장이나 가난하고 고립된 존재들의 삶을 예민한 감각으로 포착해 낸다. 타인의 고통을 섣불리 이해한다고 위로하거나 대변하는 대신, “그 어떤 슬픔에도 다다르지 못했네”(‘웨하스 생각’)라고 고백하며 자신의 취약한 내면을 드러내는 조용한 연대의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태도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도 끝내 삶을 지속하겠다는 단단한 결기로 이어진다. 표제작인 ‘짙고 푸른 별무늬 커튼’에서 시인은 “나는 살아 있다/ 나는 살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아무도 용서를 빌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선언한다. 이는 값싼 희망이나 섣부른 용서가 아니라, 고통의 폐허 위에서도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버텨내겠다는 묵직한 의지의 증명이다.
올해로 등단 25년 차를 맞은 저자는 6년 만에 펴낸 네 번째 시집을 통해 다시 한번 시 세계의 갱신을 보여준다. 부조리한 현실을 이탈하지 않고 직시하는 시편들은, 불안과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흔들림 없이 오늘을 영위하는 삶의 태도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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