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콩쿠르 우승’ 에릭 루 “야망 있는 나, 더 많은 것 원했다” 36

AD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저는 야망이 있었기에 더 많은 것을 원했습니다.”

피아니스트 에릭 루(27)가 24일 서울 강남구 L7 강남 바이 롯데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재도전한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에릭 루는 지난달 21일 제19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대회 역사상 첫 ‘재수 우승’이라는 이정표를 남겼다.

루가 쇼팽 콩쿠르에 참가한다고 알려졌을 때 의아한 시선이 동반됐다. 그는 조성진이 우승한 제17회 쇼팽 콩쿠르(2015)에서 당시 17세의 나이로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제19회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2018)에서 우승했고, 런던, 시카고 심포니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또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의 작품을 녹음한 여러 음반을 발매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루는 “사실 리즈 콩쿠르가 인생 마지막 콩쿠르였다”고 회상하면서도 “젊은 아시아계 피아니스트가 세계 클래식계에서 높은 수준의 커리어를 쌓는 것이 어렵다. 더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콩쿠르) 참가를 결정했다”고 고백했다.

루에게는 이번 대회에서 한 차례 고비가 있었다. 본선 3라운드를 앞두고 손가락 부상과 감기에 걸려 온전한 연주 컨디션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무대 전에 기권하려고 했다”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다. 오랫동안 준비를 해서 포기하면 더 끔찍할 것 같아 끝까지 하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대회에 임한 태도도 10년 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쇼팽 콩쿠르에서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해 1위를 차지한 건 루가 45년 만이었는데, 그는 이에 대해 “지난 대회 때 1번을 연주하기도 했고, 이번에는 (이전 대회에서 비교했을 때) 모든 것을 다 바꾸고 싶었다”고 했다. 어려운 선택이지 않았냐는 질문에 “1번과 2번 모두 어렵다”며 웃었다.

콩쿠르 우승 후 그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루는 “콩쿠르 이후 18차례 무대를 소화했다. 전혀 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콩쿠르가 열린 폴란드에서 우승자 갈라 콘서트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미국 등을 거쳐 한국에서 연주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과의 협연을 시작으로, 울산(22일), 통영(23일)에서 리사이틀 무대를 가졌다.

예정된 휴가가 있는지 묻자 “타이베이에서 12월 19일 공연이 마지막이다. 20일에는 쉴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미소를 띠었다. 이어 “친구와 가족들이 있는 대만에 좀 머물 것 같다. 굉장히 좋아하고 편안한 곳”이라며 “비행기 타는 게 좀 질렸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두 번째 도전하는 콩쿠르에서 큰 부담을 느꼈다는 그는 “아직도 그 부담감이 피부에 느껴진다”면서 “우승 소식을 듣고 안도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약 한 달간 진행되는 콩쿠르 기간 중 식욕을 잃었을 정도였다는 그는 다시 입맛을 되찾았다며 웃었다. 그는 “한국 음식 중에서 찌개류를 좋아한다”며 “그 중 순두부”라고 손에 꼽았다.

그는 조성진과의 인연도 공유했다. 조성진은 루가 우승한 이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축하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루는 “그가 사사했던 심사위원을 보러 온 김에 저를 봤겠지만 매우 큰 응원이 됐다”고 했다. 루는 대회 이후 가진 베를린 필하모니 공연에서 조성진을 만나기도 했다.

끝으로 클래식계에서 약진하고 있는 아시아계 연주자에 대해서는 “악기를 연주하는 아시아인 비율이 더 많아져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도 많이 (콩쿠르에서) 우승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젊은 연주자를 향해 조언도 남겼다.

“순수하게 예술, 음악에 집중하세요. 주의를 분산시키는 많은 요소들이 있는데 방해받지 말고 계속 집중해야 합니다. ‘이걸 왜 연주하는지’, ‘이 작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또 “콩쿠르는 예측할 수 없다. 많은 영향이 존재하고, 운도 필요하기에 집중할 수 있는 것에 노력해야 한다”며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드디어 10년의 꿈을 이룬 그는 어떨까.

“사실 너무 (우승을)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오히려 지금 더 많은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연주해야 하거나 연주하고 싶은 작품을 더 잘하고 싶어요. 어떤 날은 좋거나 나쁠 수 있는데, 이것이 인생이죠. 매 공연은 여정인데 계속해서 발전하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1124_0003415010

AD

함께 보면 좋은 콘텐츠

© 2026 No.1 고화질 스포츠 중계 FAN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