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연습만이 살 길이었죠. 대학 입시 이후로 이렇게까지 정말 미친 듯이 연습한 적이 언제였을까 싶을 정도예요.”
뮤지컬 배우 김수하에게 뮤지컬 ‘헬스키친’은 익숙했던 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무대였다. 리듬앤블루스(R&B)와 소울 창법부터 힙합을 기반으로 한 움직임까지, 17세 소녀 앨리가 되기 위해서다.
김수하는 13일 서울 삼청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앨리’로 보이고 싶다는 욕심이 정말 컸다”며 “어떻게 하면 첫 등장부터 관객들이 ‘앨리’라고 믿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헬스키친’은 그래미상을 17차례 수상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얼리샤 키스가 자전적 성장 이야기에 자신의 노래를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이다. 2024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고, 국내에서는 지난 7월 24일 초연의 막을 올렸다.
작품은 1990년대 뉴욕 맨해튼 헬스키친을 배경으로 엄마 저지와 단둘이 살아가는 앨리가 사랑과 음악을 만나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김수하는 손승연, 박지원과 함께 앨리 역으로 출연 중이다.

2015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한 ‘미스 사이공’으로 데뷔한 김수하는 10년 넘게 다양한 무대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작품은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는 도전이었다.
음악부터 난관이었다. 클래식 뮤지컬에 익숙했던 그는 R&B와 소울 특유의 창법과 리듬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연습 과정에서 “뮤지컬처럼만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디렉팅을 받기도 했다.
김수하는 “정말 단 한 곡도 쉬운 곡이 없었다”며 “이 작품은 곡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주어진 연습시간을 꽉 채우는 건 물론 음악감독에 추가 지도를 요청하고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서 한두 시간씩 노래를 했을 정도다.
힙합을 기반으로 한 자유분방한 춤과 움직임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어떻게 해야 혼혈아이의 질풍노도가 보일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앨리의 걸음걸이부터 손 제스처까지 같이 공연하는 배우 댄서들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몸과 목소리를 바꾸는 것만큼 쉽지 않았던 건 사춘기 소녀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일이었다.
“가까웠던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저도 많이 변해있더라”는 김수하는 “(앨리가 아닌) 엄마나 선생님한테 이입이 돼서 ‘앨리가 왜 이러나’ 싶었다”며 웃었다.
“연습 내내 음악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연기적으로 과거로 돌아가는 것도 힘들었죠.”
그가 이처럼 앨리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인 데는 한국 초연의 첫 무대에 오른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자신의 무대가 ‘헬스키친’의 인상을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수하는 “총 첫 공연은 그 공연의 얼굴이 되어버릴 수 있다. 내가 못하면 ‘다른 배우의 공연도 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부담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관객들이 작품을 처음 만나는 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칼을 꺼내 잘 갈아 보여드려야겠단 생각이었어요.”

그만큼 애써서 하나씩 만든 앨리는 프로듀서인 키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을 찾아 첫 공연을 현장에서 지켜본 키스는 제작사 PD를 통해 김수하의 무대에 대해 “김수하가 이렇게 잘해 너무 기쁘다. 마음이 놓인다”고 전했다.
김수하는 “공연 전부터 따로 별다른 이야기가 없어서 ‘내가 별로였나’ 싶었는데 다행”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작품에는 ‘노 원(No One)’, ‘이프 아이 에인트 갓 유(If I Ain’t Got You)’ 등 키스의 히트곡이 대거 등장한다. 그는 “유명한 곡을 부를 때 조금이라도 앨리가 덜 보이면, 관객이 ‘(김수하가) 그 노래를 부르네’ 라고 생각할까봐 유명한 노래가 나오기 전 장면에서는 (앨리처럼 보이려) 더 마음을 쓴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이 앨리에 빠져있을 때 곡이 나와 이질감이 들지 않고 더 반갑게 전달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수하는 앨리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열정적인 에너지가 관객에게도 닿기를 바랐다. 김수하는 “앨리는 ‘누구도 나를 막을 수 없다’하는 10대이고, 이제 막 피어나는 새싹”이라며 “앨리의 등장만으로도 극장에 활력이 돌게 하고 싶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는 ‘저때는 저렇지, 나도 저랬지’ 생각하고, 앨리 또래의 관객은 ‘나만 답답하고 이런 터널에 있는 게 아니구나’라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런 희망을 전하고 싶어요.”
‘헬스키친’은 오는 11월 8일까지 GS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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