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없는 ‘아기돼지 삼형제’가 더 무섭다…이하느리가 뒤튼 동화 [객석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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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작곡가 이하느리(20)의 첫 음악극 ‘그렇게 바람이 불었고, 나는 두 형을 먹었다’는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를 낯선 감각의 음악극으로 뒤틀었다. 약 100분간 이어진 공연은 익숙한 동화를 해체한 뒤 음악과 움직임, 영상과 텍스트를 다시 조립하며 관객에게 무엇을 봐야 하는지가 아닌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물었다.

공연은 극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시작됐다. 세 아기돼지는 공연장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객석에 들어선 뒤에도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지 않은 채 관객 사이를 오가며 사람들을 향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이하느리는 공연 전 기자간담회에서 늑대가 직접 등장하지 않는 대신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공포와 믿음을 통해 공포를 대상화한 늑대의 존재를 보여주겠다고 설명했다. 실제 무대에서도 늑대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전자음악과 바이올린·첼로 등 현악기, 타악기가 의도적으로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며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인물들의 행위예술을 연상시키는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관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끊임없이 의식하게 됐다.

무대는 실내악 앙상블처럼 구성됐고 연주자 사이를 아기돼지들이 누볐다. 세 돼지는 우주복을 연상시키는 동일한 의상을 입어 겉모습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각각의 행동에는 뚜렷한 특징이 부여됐다. 첫째는 비닐을 반복해서 비비며 큰 움직임을 만들어냈고, 둘째는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를 냈다. 두 인물이 틱장애가 있는 것으로 설정된 데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동화의 결말 역시 낯설다. 여러 판본 가운데 이 작품은 늑대에게 잡아먹힌 첫째와 둘째를 셋째 돼지가 늑대를 잡아먹는 설정이다. 그리고 셋째는 늑대의 뱃속에서 두 형의 장애를 답습하며 인물 내부로 전이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에는 이를 설명하는 전통적인 해설도 거의 없다. 이야기는 음악과 안무, 조명과 영상 등 시청각 요소를 통해 전개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몫은 관객에게 넘어간다. 무엇보다 늑대뿐 아니라 늑대에게 무너지는 집 역시 실체가 없다. 대신 무대 천장에는 ‘ㅅ’자 형태의 조형물이 매달려 지붕을 암시한다. 익숙한 동화의 요소를 직접 보여주는 대신 최소한으로 표현하고, 관객이 더더욱 감각에 더 치중하도록 했다.

공연 후반부에 이르면 작품 자체를 구성했던 형식마저 무너진다. 대사와 작업 메모, 연출 지시 등이 무대 위로 튀어나오고, 돼지들은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반복해서 낭독한다. 여기에 불규칙한 영상이 더해지면서 공연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진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이 공연인지, 아니면 관객 자신이 공연의 일부가 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이 찾아온다.

작품은 결국 익숙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관객의 전제를 무너뜨리고, 음악과 움직임, 소리와 이미지 자체를 통해 불안과 공포를 경험하게 만드는 데 있다. 이하느리는 동화의 서사를 해석하도록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한 이야기를 낯설게 만들어 관객이 스스로 느끼도록 했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머릿속에 남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817_0003751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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