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으라”…제주비엔날레 미술관에 펼쳐진 굿판[현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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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고맙구나, 고맙구나.”

17일 오후 제주도립미술관 1층 시민갤러리가 굿판으로 변했다. 붉은 옷을 입은 서순실 심방이 제단 앞에 섰다. 장구와 징 소리가 울리고 굿 사설이 이어졌다.

굿판이 펼쳐진 곳은 제5회 제주비엔날레에 참여한 이진경의 ‘나는 그 초록인가’ 전시장이다. 제주 유배와 민란, 4·3 등 굴곡진 역사와 민초들의 삶을 글과 그림, 소리로 끌어들인 공간에서 실제 굿이 시작됐다.

굿의 이름은 ‘다시 살으라’ 초감제다. 초감제는 제주큰굿의 첫머리에 놓이는 제차(祭次)다. 하늘과 땅의 모든 신을 제장(祭場)으로 불러 모시는 의례다. 말 그대로 굿의 문을 여는 절차다.

굿에 앞서 서순실 심방은 제주에서 힘들고 고통받았던 이들의 혼을 불러 위로하고, 그 아픔을 풀어 편안히 보내기 위해 굿을 한다는 뜻을 밝혔다. 제주도민의 평안과 제주비엔날레의 성공, 이진경 작가의 건강을 기원하는 뜻도 담았다고 했다.

이날 굿은 제주특별자치도 무형유산 ‘제주큰굿’ 보유자인 서순실 심방이 이끌었다. 국가무형유산 제주큰굿보존회 회장이기도 한 서 심방과 오용부·이경희·송영미 심방, 문봉순 사무국장이 함께 집전했다. 이진경 작가도 자리를 함께했다. 제주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고 부른다.

제주큰굿은 2021년 12월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제주 최대 규모의 무속의례다. 큰심방을 포함해 다섯 명 이상이 참여해 짧게는 이레, 길게는 보름에 걸쳐 치른다. 신을 맞아들이고 찬양한 뒤 다시 보내는 제의 형식을 갖춘다.

이번 초감제는 전시와 따로 노는 부대행사가 아니다. 이진경은 제주에서 사라지거나 밀려나고, 제대로 이름 불리지 못했던 존재들을 다시 불러내는 작업을 펼쳤다. 추사 김정희의 유배에서 제주 민란과 4·3까지 이어지는 역사와 민요·노동요, 제주 사람들의 삶을 한 공간에 겹쳐 놓았다.

특히 작가는 유배와 민란의 역사를 따라가며 그 밑바닥에 놓인 민초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갈치와 옥돔, 문어, 멸치 등 제주 사람들이 먹고 살아온 것들도 화면에 등장한다. 거대한 역사 뒤에 결국 ‘먹고사는 문제’가 있었다는 시선이다.

그 공간 한가운데 굿판이 들어왔다. 기록 속에 머물던 유배와 민란, 상흔의 역사가 심방의 목소리와 장단을 만나 현재의 시간이 됐다.

유배와 상흔의 역사에서 ‘초록’을 길어 올린 전시장. 그곳에서 이날 울려 퍼진 말은 단순했다.
“다시 살으라.”

한편 제5회 제주비엔날레 ‘허끄곡 모닥치곡 이야홍: 변용의 기술(The Art of Metamorphosis)’은 지난 8월25일 개막해 오는 11월15일까지 83일간 열린다. 20개국 69팀의 국내외 작가가 참여한다. 제주도립미술관,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제주아트플랫폼, 예술공간 이아, 갤러리 레미콘 등 제주 5개 전시공간에서 펼쳐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917_000379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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