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인공지능(AI)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콘텐츠의 생성부터 유통, 소비까지 출판산업 전반이 변화하고 있다. 출판계가 AI를 배척하기보다 보유한 지식 데이터와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25일 서울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에서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을 초청해 ‘AI 시대, 대체불가 대한민국 AI전략과 출판산업의 변화 방향’을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하 전 수석은 출판사가 보유한 방대한 지식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AI 시대의 새로운 지식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AI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확보하려는 핵심 자원 가운데 하나가 데이터다. AI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학습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은 학습 목적으로 종이책을 대량 매입하고 파쇄해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AI에 학습시키는 것으로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이처럼 기업들은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보유 및 학습시키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하 전 수석은 “출판사가 필요한 AI 지식 플랫폼으로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고갈상태에 있는 학습 데이터 시장에 출판업계는 원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창작에 있어 AI를 배척하기보다 활용을 해 여러 콘텐츠를 제작해 모두가 작가이자 독자인 시대로 발전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 전 수석은 “출판사나 전문 창작가들이 큰 틀에서의 원본 이야기나 가이드를 잡아주고, 그 안에서 다양한 버전들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출판사가 IP(지적재산)를 웹툰, 게임, 영화 등 다양하게 생산하고 관리하는 플랫폼 역할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생성형 AI를 통해 단기간 대량의 책을 제작하는 ‘딸깍 출판’으로 인한 품질 저하 우려에 대해선 창작업계의 공동 대응을 제안했다.
하 전 수석은 “출판업계만 마주한 고민이 아니다. 영상을 포함해 굉장히 많은 AI 도구가 크리에이터가 돼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며 “창작과 관련된 업계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또 계약을 통해 콘텐츠 제작에 있어 AI 활용에 대해 투명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콘텐츠 생산에 영상뿐만 아니라 글에도 워터마킹이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했다는 점을 시사하며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대담에 함께한 이재흥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민간위원은 처음부터 AI 활용 원천금지는 개발이나 성장을 막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언급하면서도 “일종의 마지노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있어서는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AI 발전을 산업의 위기로만 인식하는 대신 출판업의 특성을 관계자 및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 분석하고, AI를 일종의 도구로 활용해 더 획기적인 산업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X(인공지능 전환)을 통해 출판업계가 기술을 활용하고, 산업적인 효율성을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기술 도입이 산업 본질을 붕괴시키는 것이 아닌,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기술을 활용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자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 전 수석은 “출판업계도 오랜 시간을 소비하는데 비효율을 부르는 업무 절차가 있다. 이를 정량적으로 몇 시간 소요되고, 몇 퍼센트 오류가 나오는지를 정리해서 이 부분을 AI를 통해서 획기적으로 절차를 줄이거나 없애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출판산업은 어떤 비효율을 부르는 것 정리부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시로는 AI가 작가 고유의 문체를 학습해 오탈자와 윤문 작업을 대신하는 것으로 시간을 줄이자는 것이다.
또 AI 시대일수록 인문학적 소양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스스로 공학도라고 칭한 하 수석은 “이공계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찾아내지만 이는 AI가 잘한다”며 “오늘날은 해결보다 문제 자체에 대한 중요도를 판단하고, 다른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고찰을 해야 할 때”라며 문제를 분석하고 구체화하는 데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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