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군종교무 “MZ 장병들에겐 생명존중보다 삶의 이유가 먼저” [함께家]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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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마음의 힘을 기르는 이유는 온전한 정신을 얻어 자주력을 갖추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힘이 있다면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선택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현충일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서울 동작구 소태산기념관에서 만난 정효천 원불교 교무는 군 자살 예방의 핵심으로 ‘자주력(自主力)’을 꼽았다.

원불교 열쇠교당 소속인 그는 군종장교로 복무한 뒤 현재 제5보병사단 민간성직자로 활동하며 15년째 장병들을 만나고 있다.

최근 군 안팎에서 청년 자살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정 교무는 단순한 생명존중 교육을 넘어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전한 정신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다면 힘든 상황에서도 자살을 생각하는 단계까지 가지 않을 수 있다”며 “진정한 자살 예방은 결국 자기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의무복무라는 말에 속지 말아야”

입대로 인해 고립감과 불안을 느끼는 장병들에게 정 교무는 “의무복무라는 말에 속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대부분 장병은 원해서 군에 온 것이 아니다 보니 ‘왜 하필 내가 군 복무를 해야 하느냐’는 원망과 불만을 갖기 쉽다”면서도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발전은 앞선 세대의 희생과 노력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 복무는 단순히 법이 정한 의무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 공동체의 짐을 함께 지는 시간”이라며 “군 생활을 내 인생에서 사라진 시간이 아니라 온전한 내 삶의 시간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급간부들에게도 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정 교무는 “군인이 되겠다고 결심했던 출발점에는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겠다는 공익심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 첫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자신이 하는 일과 함께 생활하는 장병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장병들은 왜 해야 하는지 묻는다”

15년 동안 군 현장을 지켜보며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는 세대 변화다.

정 교무는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군대가 더 이상 외부와 단절된 공간이 아니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함께 생활하고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문화가 강했다면 지금은 개인의 성장과 자기계발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라며 “요즘 장병들은 ‘군대니까 해야 한다’는 말로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해주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요즘 장병들은 군 생활을 손해 보는 시간이 아니라 자기계발의 시간으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다만 준비된 사람은 그 시간을 성장의 기회로 삼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양극화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종교 활동 역시 과거처럼 관행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완전한 자율 참여 형태로 바뀌었다.

정 교무는 “참여 인원은 줄었지만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찾아오는 장병들과는 훨씬 깊은 소통이 가능해졌다”며 “종교와 마음공부가 주는 가치를 경험할 기회 자체가 줄어든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원불교 군종 20주년…”이제는 성인의 시기”

올해는 원불교가 군종 병과 편입 종교로 승인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정 교무는 “원불교가 군종 승인을 추진했던 이유는 단순히 포교를 확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병들이 마음의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였다”고 회고했다.

원불교 군종은 20년 전 육군 군종교무 1명으로 시작해 현재 3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활동 무대는 여전히 육군에 한정돼 있다.

그는 “타군으로 배치된 장병들이 원불교 신앙을 이어가고 싶어도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20살이 사회적으로 성인으로 인정받는 시기인 것처럼 원불교 군종도 이제 성인의 시기를 맞았다”며 “앞으로는 군 장병들의 정신 건강과 생명존중 문화 확산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 교무는 “군종은 단순히 종교 행사를 하는 조직이 아니라 장병들이 자신의 삶과 내면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 창구”라며 “앞으로도 청년들이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는 힘, 즉 자주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 ‘함께家’ 프로젝트는
뉴시스는 자살·고립·저출산 문제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로 바라보는 생명존중 공익 캠페인 ‘함께家’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절 속에 놓인 이들에게 공동체가 함께 가자는 뜻을 담아, 예방과 돌봄의 안전망을 넓히고자 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605_0003658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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