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난 지금 문화의 정치적 힘은 잃었는가” 英 매시브어택, 서태지 ‘시대유감’ 커버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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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이재훈 기자 = 영국 트립합의 거장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이 ‘2026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두 번째 날 헤드라이너 무대에서 한국 현대사의 굴곡과 저항의 저류를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

감성적 발산이 주를 이루는 페스티벌 현장에서 묵직한 이성적 담론을 제시하며 관객을 사유의 장으로 이끌었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달 일본 후지록 페스티벌에서 일본어 메시지로 화제를 모았던 이들은 1일 오후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 무대 스크린에 한국어 문구를 직관적으로 띄웠다.

‘알고리즘은 항상 당신을 찾아냅니다’, ‘자유의지’, ‘넌 누구?’, ‘아름다움?’ 등 현대 기술 사회와 존재론을 관통하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한국 한정으로 판매된 공식 굿즈 티셔츠 앞면에는 노동 시위 현장의 풍경을 프린트됐고, 뒷면에는 ‘저항의 불꽃을 피울 새로운 음악은 어디 있나?’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인 마이 마인드’, ‘블랙 밀크’, ‘걸 아이 러브 유’ 등을 초반에 들려준 이날 공연에서 국내 음악 팬들의 중심축은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 커버였다. 2015년 같은 장소에서 펜타포트 헤드라이너로 섰던 서태지를 떠올리게 한 대목이다. 매시브 어택은 “붉게 물든 입술” “왜 기다려 왔잖아 모든 삶을 포기하는 소리를” 등 멜로디 파트는 한국어 가사를 그대로 부르고, 일부 랩 파트는 영어로 번역해 불러 메시지의 전달력을 높였다. 스크린에는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80~90년대 노동 집회 현장의 빛바랜 영상들이 교차했다.

이들은 공연 초반 ‘케이팝은 독재와 부패에 맞선 저항의 시기에 태동했다’는 문구를 선언하듯 제시한 데 이어, ’30년이 지난 지금 문화의 정치적 힘은 잃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다만 한국 대중음악사의 정교한 맥락에서 볼 때 이러한 큐레이션에는 일종의 역사적 비약이 존재한다. 현재 해외에서 대량 소비되는 아이돌 중심의 K-팝을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이나 노동 집회의 직접적 후예로 보기는 어렵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K-팝의 원형질을 구축한 것은 사실이나, 광주의 아픔과 노동에 대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품어온 한국 대중음악의 계보는 이전 포크 중심의 민중가요에서 찾아야 타당하다. ‘시대유감’ 역시 군부 독재에 대한 항거라기보다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 제도라는 구시대적 문화 통제에 맞선 신세대의 해방 운동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매시브 어택의 이번 무대는 해외 거장 뮤지션이 한국 가요를 매개로 국내외 무대를 관통하며 이토록 깊은 정치적·철학적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이들은 거대한 중저음 비트 위에 한국 현대사의 단면을 병치하며, 산업화된 현대 K-팝의 자장 이면에 잊혀 가던 저항의 역사적 유산을 역설적으로 환기시켰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시선은 세계로 뻗어 있었다. 이란 초등학교를 미군이 폭격하는 현장 영상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의 모습도 영상에 등장했다. 객석에선 팔레스타인 깃발이 이들 무대 내내 앞에서 펄럭였고, 스크린에도 팔레스타인 국기가 떴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매시브 어택은 최근 싱가포르 공연 중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어 올리며 지지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현지 당국으로부터 향후 입국 및 공연이 전면 금지됐다. 싱가포르 경찰과 미디어 규제 당국은 이들의 행위가 사회적·인종적 화합을 해칠 수 있는 엄격한 공공질서 및 표장 관련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BBC는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801_000373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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