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김주희 한이재 기자 = 출근길 만원 지하철. 책을 펼칠 공간은 없지만 독서는 멈추지 않는다. 이어폰을 꽂으면 오디오북이 소설을 읽어주고, 스마트폰으로 읽다 만 전자책을 이어 본다. KTX나 비행기에서 읽을 책을 미처 챙기지 못했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최근 종이책을 읽고 소장하는 ‘텍스트힙(Text Hip)’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책을 접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구독 서비스와 전자책, 오디오북은 물론 공공도서관 장서까지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왔다.
◆도서관도 손안으로…소설이 가장 많이 읽혔다
이 같은 변화의 상징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통합 전자도서관 서비스 ‘온책방’이다. 이용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통해 전국 공공도서관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무료로 대출받을 수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온책방 대출 현황을 보면 소설이 전체의 38.4%를 차지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경제경영(15.6%), 자기계발(9.4%), 인문(9.0%), 시·에세이(7.3%)가 뒤를 이었다. 상위 5개 분야가 전체 대출의 약 80%를 차지했다.
전자책 독서가 실용서 중심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문학 작품 수요도 높게 나타난 셈이다. 실제로 예스24의 올해 상반기 오디오북 베스트셀러에서도 소설과 인문·역사 분야가 강세를 보였다. 디지털 독서가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여가와 취향 소비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안의 독서’ 이끄는 30대 여성
온책방 이용 데이터를 보면 디지털 독서의 중심에는 30대 여성 독자가 있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여가 발생한 회원 기준으로 여성 이용자는 2만8786명으로 남성(1만166명)의 약 3배에 달했다. 특히 30대 여성은 가입자 수 9795명, 대여 건수 3만4566건으로 모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구독형 독서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밀리의서재의 지난해 이용자 가운데 여성 비중은 56.1%였다. 연령별로는 30대가 32.66%로 가장 많았고, 40대(25.81%), 20대(21.10%) 순으로 집계됐다.
교보문고 역시 전자책 이용자 가운데 여성 비중이 61.4%에 달한다고 밝혔다. 오디오북 이용자도 여성 비중이 56.6%였다. 특히 전자책은 종이책과 비교해 취업·수험 분야가 강세를 보였고 소설과 경제경영 분야 역시 꾸준한 인기를 유지했다. 교보문고는 태블릿과 스마트 기기 활용이 늘면서 필기 기능 등을 활용한 학습·교재형 콘텐츠 이용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텍스트힙과 전자책의 공존…독서 방식은 더 다양해진다
출판계에서는 종이책과 전자책이 경쟁 관계라기보다 서로 다른 독서 수요를 충족하는 매체로 보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종이책 시장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강점은 편의성과 접근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디오북은 이동하거나 운동하는 동안에도 이용할 수 있어 기존에 독서를 하지 않던 사람들을 독자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과거에는 종이책 출간 이후 수개월이 지나서야 전자책이 나오거나 전자책이 제작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신간과 전자책이 동시에 출간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출판사들이 전자책 독자를 별도의 시장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텍스트힙으로 대표되는 종이책 문화가 여전히 건재한 가운데, 전자책·오디오북·전자도서관으로 대표되는 ‘손안의 독서’ 역시 일상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독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책을 만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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