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노래만 잘해서 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제가 가진 것은 재능과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고, 나머지는 모든 것이 도와줬습니다. 그래서 늘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63)가 데뷔 40주년을 맞아 자신의 무대를 후배들과 나눈다. 자신 역시 수많은 기회와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왔다는 그는 후배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주고, 자신의 경험을 전하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40년간 세계 무대를 누빈 그는 후배들에게 “예술에는 지름길이 없다”며 오랜 시간 경험을 쌓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데뷔 40주년을 맞아 특히 의미를 두는 무대도 미래의 음악가들을 위한 자리다. 다음 달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클래식 전공 학생 2000여 명을 전석 무료 초청하는 ‘Dream Big!(드림 빅!)’ 공연을 연다.
올해 제2회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준우승한 베이스 유승호와 특별상을 받은 중국의 메조소프라노 페이 선도 무대에 오른다. 연주 외에도 두 콩쿠르 입상자가 후배 아티스트에게 조언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지난 콩쿠르 심사에 참여했던 조수미는 아시아권 학생들이 입상한 것에 놀랐다며 “아시아 음악 교육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실감했다”고 말했다. 유럽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클래식 무대에서 아시아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후배 연주자들에게는 오랜 시간 묵묵히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욕이 넘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대적으로 투명하고 정직해야 합니다. 예술에는 지름길이 없어요. 모든 것이 하나하나씩 쌓여 예술이 되는거죠.”

조수미 역시 긴 준비 끝에 세계 무대에 섰다. 1983년 이탈리아 유학길에 오른 뒤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베르디 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의 여주인공 질다 역으로 데뷔했다.
30세가 되기 전 세계 5대 오페라 극장 무대에 모두 오른 동양인 최초 프리마돈나를 비롯해 그래미 어워즈 오페라 부문 최고 음반상, 황금 기러기상, 프랑스 문화예술 공로훈장 코망되르 등을 받았다.
이날 조수미는 데뷔 무대에 올랐던 순간도 떠올렸다. 무대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석 달간 이탈리아 여배우에게 연기 수업까지 받았다.
조수미는 “첫 데뷔지만 마치 백 번 무대에 서본 사람 같았다. 그만큼 준비를 열심히 했다”며 “한 아리아를 한 달 동안 표정부터 연습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공연을 하면 많은 꽃을 받지만 태어나서 가장 많은 꽃을 받은 날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공연을 지켜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비서가 조수미의 무대에 깊은 인상을 받으면서 카라얀과의 인연도 시작됐다.
세계 주요 상을 석권한 조수미는 지난 2일(현지시간) 아시아 최초로 ‘마리아 칼라스 특별상’을 받았다. 20세기 대표 디바 마리아 칼라스(1923~1977)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클래식계에서 권위를 자랑한다.
지난 3~4월 수상 소식을 접했다는 조수미는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제 커리어를 상위원회에서 중요하게 여겨준 것 같다”며 “아시아인 최초라는 점도 의미가 있고, 동양인인 저에게 현지 문화를 더 잘 알고 낫다고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칼라스와 실제 만난 적은 없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가 칼라스의 노래로 태교를 했고 자신을 칼라스와 같은 프리마돈나로 키우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시상식 참석을 위해 전날 이탈리아 베로나를 찾은 조수미는 칼라스가 머물렀던 호텔에 투숙하며 특별한 감회를 느꼈다고 전했다.

조수미는 지난 5월 7일 SM 클래식스와 데뷔 40주년 스페셜 앨범 ‘Continuum'(컨티뉴엄)을 발매했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총 11곡이 수록됐다.
그는 40주년을 단순히 지나온 시간을 기념하는 데 그치기보다 앞으로 나아갈 길을 이야기하는 계기로 삼았다.
조수미는 “40주년을 맞아 지난 세월을 축하하는 것보다 앞으로 제가 가야 할 길을 제 인생 스토리와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5월 9일 부모님의 고향인 경남 창원을 시작으로 데뷔 40주년 기념 전국 순회공연도 이어가고 있다. 다음 달 4일 예술의전당에서는 ‘컨티뉴엄’ 앨범의 주요 아리아를 후배 성악가들과 함께 선보인다.
공연은 1983년 이탈리아 유학길에 오르며 본격적인 성악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스무 살의 조수미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따라간다.
조수미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중장년층 관객들이 삶에 대한 위로를 얻는다는 점에서도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나이 드신 분들이 공연을 보고 ‘(인생을) 지금 이렇게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더 아름다워져가는 시기구나’라고 느꼈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제 인생 철학이 음악으로 전달된다는 것이 뿌듯합니다.”
40년을 지나왔지만 조수미의 음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여전히 행복하다. 최근에 기쁨과 행복이 더 많아졌다”며 웃었다.
후대에 어떤 성악가로 남고 싶은지 묻자 “서른 이전에 세계 오페라하우스 5개를 점령한 한국 소프라노”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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