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퀸 앤 킹(난다)=곽은영 지음
시인 곽은영이 5년 만에 네번째 시집을 내놓았다. 등단 이후 줄곧 천착해온 ‘불한당’ 연작의 후반부이자 마무리를 담은 시집이다. 이전 시집에서 시작된 ‘불한당들의 모임’은 이번 책을 통해 하나의 서사적 궤적을 완성한다.
그는 “쌓이는 서사를 통해 이어지는 시선을 통해 존재하는 무엇이 좋아서 연작을 쓴다”고 고백한다. 이번 시집의 1·2부에 실린 총 30편의 시에서 연작의 후반부가 전개된다.
연작은 시 ‘청포도’로 마무리된다.
“창가에 넝쿨이 또르르 매달려 새끼손가락 걸고/아직 신성한 시간이 오지 않았을 뿐이에요/기다려줘요/곧 만나러 갈게요” (‘청포도’)
시집의 3부는 또 다른 연작의 시작이다. 3부를 ‘굳이 불러야 한다면 애별리고’로 명명한 저자는 사랑하는 대상과의 이별하며 새로운 시작을 노래한다.
“1, 2부가 끝이고 맺음이라면 3부는 시작입니다. 끝과 시작이 비슷한 속도로 함께 가는데 교차하지 않는 두 세계선을 따르다 보니 독특하면서도 상당한 감정의 충돌을 경험했습니다.” (‘곽은영의 편지’ 중)

▲영원이 미래를 돌아본다(문학실험실)=이제니 지음
시인 이제니가 7년 만에 새 시집을 냈다. 저자는 삶속에서 끊임없이 오고 가는 ‘사랑’과 ‘기억’, 그리고 그 곁을 따라 깊어지는 ‘애도’의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이번 시집은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애도하며 써 내려간 기록들이다. 저자는 “(애도의) 나날을 보내면서 오래 품어왔던 니체의 영원회귀에서 비롯된 생에 대한 무한 긍정과 보르헤스의 비선형적으로 흐르는 시간과 공간의 중첩에 대해 사유했다”며 “세계와 존재 사이에 흐르는 영속적인 관계에 대해 써 내려갔다”고 고백한다.
“들판이 바람을 불러내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아직은 죽지 마. 죽기 전까진 미리 죽지마. 이미 죽은 적이 있는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뒤집어쓴 채 속삭이고 있다. (중략) 영원이 미래의 얼굴을 돌아볼 때 바람과 돌판은 손을 잡을 수 있다. 사위어가는 빛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두 손을 맞잡을 수 있다.” (‘영원이 미래를 돌아본다’ 중)
누군가를 ‘기억한다’는 일은 단지 함께 머무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저자는 떠난 이를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여전히 관계 속에서 존재하게 하는 일로서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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